기사 메일전송
기사수정

【기고】국민건강보험공단 오산지사장 신현철 = 7개 질병군 포괄수가제가 오는 7월 1일부터 전국 100병상 미만 병·의원급으로 확대(당연적용)된다.

 

7개 질병군은 백내장수술, 편도수술, 맹장수술, 탈장수술, 치질수술, 제왕절개분만, 자궁수술 등이다.

 

포괄수가제(DRG : Diagnosis Related Group Payment System)는 치료과정이 비슷한 입원환자들을 분류해 일련의 치료행위를 모두 묶어서 하나의 가격을 정하는 ‘의료비지불방식’을 말한다.

 

일종의 '입원비 정찰제'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정해진 정액진료비 전체에 건강보험이 적용돼 입원환자는 진료비의 20%만 본인이 부담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1977년 의료보험제도가 도입된 뒤 부터 지금까지 행위별 수가제를 기본으로 일부 포괄수가제 및 일당지불제를 적용하고 있다.

 

행위별수가제(Fee for Service)는 의사가 환자에게 진료행위량을 늘리면 늘릴수록 수입이 늘어날 수 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환자에게 필요한 만큼의 진료행위량을 넘어서 과잉진료가 이뤄지는 문제가 생긴다.

 

한국은 OECD 국가에 비해 보건의료비용 지출 증가율이 2배 이상 높으며 입원일수는 OECD 국가 중 2위, 인구수 대비 CT 및 MRI 보유대수가 최상위권이다.

 

OECD는 한국의 급격한 의료비 상승을 억제하고 의료체계의 효율성을 키우기 위해 포괄수가제를 우리나라 전체 병원으로 확대할 것과, 가능한 서비스를 포괄수가제 대상으로 포함할 것을 권고했다.<OECD 한국 의료의 질 검토보고서(2012)>

 

이에 정부는 학계와 함께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그동안 포괄수가제에 많은 연구와 논의를 가졌으며, 2011년 8월 보건의료미래위원회는 포괄수가제를 2012년부터 단계적으로 당연적용할 것을 정부에 권고했다.

 

따라서 건강보험과 관련된 최고의 의사결정기구인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포괄수가제 확대시행과 중장기 로드맵이 의결됐다.

 

반면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는 시행 첫 날 부터 1주일간 제왕절개와 맹장 등 응급수술을 제외한 수술을 거부하기로 한 당초 방침을 밀어 부치고 있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병원이 수익을 내려고 저가 의료재료를 쓸 것이고 진료가 하향 평준화 돼 환자들이 양질의 서비스를 받지 못하게 된다는 게 의협의 주장이다.

 

하지만 의협의 이러한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정부는 의사들의 수익이 떨어지는 것을 막고 제도의 확산을 위해 진료수가를 평균 2.7%나 올렸다.

 

보건복지부는 이 제도가 시행되면 수술환자의 부담이 21% 줄어 연간 100억원정도 이득을 보고 의료기관들은 98억원의 수익이 늘게 된다고 밝혔다.

 

또한 이 제도를 시행하는 유럽 대부분 나라와 미국, 대만, 호주 등 그 어떤 국가도 의협이 우려하는 포괄수가제를 시행하면 의료서비스 질이 떨어진다는 근거나 보고는 없었다.

 

12년 전 의·약분업 당시 병·의원들의 집단 휴·폐업사태로 국민들에게 불편함을 가져 온 경우를 기억할 것이다.

 

어떠한 경우라도 의협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돌아가 포괄수가제의 테두리 안에서 진료비 지불제도의 미비점을 논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포괄수가제가 완벽하지 않고 문제점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일단 시행하면서 보완 및 확대 여부를 결정하는 방법이 옳다고 생각한다.

 

얼마전 설립 80주년을 맞은 백병원 이사장은 “병원은 병을 고쳐주는 곳이며, 이를 통해 사회에 봉사하는 곳”이라며 “인술제세(仁術濟世 - 의술로 세상을 구한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고 말했다.

 

그 분의 말처럼 의사가 항상 환자의 곁에서 있어야지 환자 곁을 떠나면 의사라고 할 수 있을까?

 

이제 의협도 명분을 가지고 국민들을 볼모로 잡는 일은 없어야 하며 의사의 본분인 인술을 펼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0
기사수정
  • 기사등록 2012-06-22 09:13:41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최근 많이 본 기사더보기
뉴스제보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