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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산인터넷뉴스】<社告> 「이종철의 오지탐험」개설합니다.

 

맑은 물 깊은 산 속 곳곳에 우리들이 가보지 못한 오지가 우리나라에 제법 많다.

 

그런 곳들을 오토바이로 여행하며 꼼꼼하게 기록을 남긴 이종철 오산시문화해설사가 오산인터넷뉴스 독자들에게 생생한 이야기를 전한다.

 

무료하고 촉박한 일상에서 벗어나 시간이 멈춘 듯한 그 곳으로 잠시 일탈해 보자. <편집자 주>

 

<경북 봉화군 홍점마을 - 도토리 세 자매 사랑방>

 

경북 봉화군 소천면 고선1리.

 

북쪽으로 태백산과 함백산이 위치하고 남쪽으로 청량산이 드리운 그야말로 첩첩산중 오지다.

 

▲ 경북 봉화군 소천면 고선1리 홍점마을 한호녀 할머니(96)댁 마을.

 

이 곳은 행정명칭 보다 오지마을  ‘홍점마을’로 더 유명하다.

 

이 마을 형태는 고개 중간쯤 오르막 산귀퉁이에 둥지를 틀어 크지도 작지도 않게 알맞다.

 

6가구가 오순도순 모여 산나물, 고추, 채소 등을 재배하며 살아가고 있다.

 

마을 주변 청옥산 정기의 수려한 계곡물은 장관을 이루고 2개 지점에서  합류하는 곳은 여울이 즐비하다.

 

▲ 홍점마을 주 계곡.

 

하루가 지나도록 서너 마리의 동네 견공들이 짖을 일도 없는 고요함 속에서 한호녀(96) 최고령 어르신 댁을 먼저 찾았다.

 

열아홉살 옥계에서 시집을 왔다.

 

43세에 당시 47세 남편과 사별한 한호녀 어르신은 절과 인연을 맺어 수양하며 식량도 절에서 해결했다.

 

▲ 홍점마을 최고령 한호녀(96) 할머니.

 

어르신 아들도 인근 구마동  ‘구마원’이라는 암자에서 수양에 정진하고 있단다.

 

할머니는 이웃 홍제사와 근거리에 위치한 구마원에 수시로 드나들면서  노구를 쉬고 있었다.

 

특히 이 어르신은 학자풍의 조용한 이미지를 풍기고 있다.

 

▲ 이종철 문화해설사가 스케치한 한호녀 할머니.

 

“살아 가시는 낙이 무엇인지요?” 라는 필자의 물음에  “공기 좋고 물 좋은 곳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우애로 살다가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죽는 게 소원이지. 인생여정이 별 거 있남요”라고 하신다.

 

이에  “사시는데 불편하지 않으세요?”하고 물으니 “절에서 곡식도 주고 신도님들과 보살님들이 용돈에 이것저것 챙겨주는데 뭐가 부족혀”하신다.

 

그 말씀 마다에 수양하는 진솔함이 묻어난다.

 

땔나무도 봉화군과 이웃에서 마련해 준단다.

 

할머니는 만복이 부처님과 연결돼 태어나신 분 같다.

 

어르신 집 툇마루는 또래 할머니 3명이 거의 매일 차지하는데 김순이(90)·박달재(88) 할머니들이다.

 

▲ 홍점마을 '도토리 세 자매'.

 

일상과 세상 이야기에 하루가 저물고 과거사 추억과 부처님 얘기로 저녁을 맞는다.

 

몸이 불편한 박달재 할머니는 2km 거리의 동네입구에서 휠체어를 타고 오신다.

 

“날마다 하실 얘기가 없잖아요”하고 물으니 “밭일도 쉬운 건 간간히 하고 감자밥 해먹고 절 얘기하고 그러지 뭐”하신다.

 

또  “그냥 서로 보고만 있어도 매일 즐거워”라고 말씀하신다.

 

▲ 이종철 해설사(우측)와 도토리 세 자매.

 

어르신들이 똑같은 말씀으로 동시에 화합을 이룬다.

 

필자는 즉석에서 세 분들께 별명을 선물했다.

 

‘도토리 세자매’ 라고..

 

정말로 공깃돌같이 세자매가 손바닥 안에서 항상 우애 좋게 지내시기에 붙인 별명이다.

 

할머니는 1970년대 카세트, 부채, 커피포트, 쌀 한 가마니 크기의 낡은 옷장이 살림살이의 전부다.

 

옆에 플라스틱 손절구통이 보여 용도를 여쭸더니 손에 잡히는 건 아무거나 요강으로 쓰신단다.

 

▲ 할머니댁 재래식 화장실.

 

마당과 부엌이 어쩜 이리도 깨끗한지 매일 2~3번 청소하는 법당 마당 보다 정갈하고 반짝반짝 윤이 난다.

 

2평이 채 안 되는 부엌은 가지런한 장작과 몇 차례 덧칠한 진초록색의 1960년대 냉장고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겨울에 몸도 아프고 추위를 피해 절로 은신한다지만 할머니의 얼굴은  수심과 근심이 하나도 없어 보인다.

 

▲ 한호녀 할머니댁 모습.

 

할머니 집 바로 옆은 젊은시절부터 살다시피한 홍제사 입구다.

 

이 절에 운신하면서 아들이 새 암자로 세간을 내자 요즘은 양쪽 절을 두루 다니신다.

 

수없이 탐방한 오지마을 가운데 편하고 우애가 넘치는 마을의 홍일점, 홍점마을이다.

 

▲ 정갈한 부엌.

 

견공 3마리도 오토바이에 놀라 마을 어귀까지 따라 붙으며 짖을만 한데 올 때와 같이 꼬리를 흔들며 무언으로 배웅(?)을 한다.

 

도토리 세자매를 향해 인물 스케치 윤곽을 잡으며  “다음에 꼭 초상화를 가져다 드리겠다”고 작별인사를 고하자 “감자밥 먹고 가라”며 극구 붙잡으신다.

 

먹구름이 점차 몰려옴을 걱정하며 할 수 없이 도토리 세 자매와 헤어지려는 순간, 부슬비가 시샘하듯 먼 길까지 뿌려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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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3-03-22 18: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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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견(총 1 개)
  • 이기성2013-03-24 19:56:59

    얼굴의 주름이 아주 편하게 느껴지네요.  마음이 편해집니다. 좋은이야기 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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