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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보길 천지에 또 둘레길? - 허울 좋은 이름에 예산 ‘팍팍’ 기대효과 ‘글쎄’
  • 기사등록 2013-03-25 16:2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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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산인터넷뉴스】이영주 기자 = 오산은 미(美)의 도시다.

 

도시 브랜드를 미(beauty)에 맞추고, 뷰티사업 확장에 힘 쏟고 있다.

 

그 일환으로 진행되는 이른바  ‘아모레퍼시픽 둘레길’ 사업.

 

(주)아모레퍼시픽은 2012년 가장산업단지에 입주했다. 

 

이는 기존 여계산도보코스 5.86km 구간에 아모레 사업장까지 500m를 증설하는 것이다.

 

늘어나는 구간은 여계산 정상 부근에서 아모레까지다.

 

시 관계자는  “둘레길 사업은 나무를 베는 게 아니라 조그맣게 길을 내는 것”이라고 한다.

 

사업비는 7천500만원으로 아모레가 전액 자비로 부담한다.

 

나머지 코스는 정비를 한다.

 

데크를 설치하고 일부 노면을 다지는 공정에 사업비 8천만 원이 소요되며 여기에 국·도·시비가 투입된다.

 

▲ 아모레퍼시픽둘레길 사업 계획도. 중앙 하단 녹색부분 물향기수목원부터 상단

여계산 정상 부근 진행된다. 상단 빨간색 화살표 옆 하늘색 표시된 구간 500m를 개설한다. 노란 네모칸은 체육·유락시설 설치 구간이다.

 

이 사업은  “기업의 후원으로 시민들에게 자연친화적 환경을 제공, 삶의 질 향상을 꾀한다”고 시 관계자는 설명했다.

 

아울러 아모레는 사내 미술관, 식물관을 보유하고 있으며 역사관도 건립 중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둘레길을 걷다가 아모레 회사에서 이 같은 시설물 및 전시물을 관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업은 5월쯤 시작되며 업체는 공모로 선정한다.

 

하지만 오산은 이미 많은 도보여행코스가 있다.

 

그도 다름 아닌 시 당국이 2009년 제정한 것으로 독산성코스, 필봉산코스, 오산천코스, 여계산코스, 마등산코스, 삼남길코스 등 즐비하다.

 

독산성코스는 독산성 주차장에서 독산성 서문을 지나 보적사, 양산봉 전망대, 연리지나무, 한신대학교, 독산성산림욕장을 거치는 총 4.98km로 2시간30분쯤 소요된다.

 

또 필봉산코스는 오산천상류(문화예술회관)에서 수청근린공원, 필봉산, 장군묘, 화성오산교육지원청, 외삼미동 고인돌 공원까지 12km(3.24km 설치 완료) 구간으로 2시간쯤 걸린다.

 

오산천코스는 오산천상류(문화예술회관)에서 맑음터공원, 오산천하류(잠수교), LG마이크론, 오산대학, 신현대아파트, 오산천상류(문화예술회관)까지 8.88km에 이른다.

 

아울러 여계산코스는 오산천 중류에서 궐리사, 여계산, 서랑저수지, 독산성주차장, 독산성까지로 5.86km에 2시간40분이 소요된다.

 

마등산코스는 오산천상류(은계대교)부터 롯데물류센터, 부산동저수지, 마등산, 원당약수터까지이며 약 10km 구간 가운데 3.25km가 설치·완료됐으며 소요시간은 2시간이다.

 

삼남길코스는 맑음터공원부터 궐리사, 세교지구 6단지 앞, 세마대주차장, 보적사, 세마교까지로 12.50km에 3시간40분이 걸린다.

 

그래도 부족한가?

 

이 정도면 대략 오산을 한 바퀴 돌아 보고도 남음이다.

 

기존 활용되던 도보여행구간에 수천만 원씩 혈세를 뿌려가며 특정기업에 맞춰  ‘아모레퍼시픽 둘레길’로 명명하면서 유난을 떠는 이유는 무엇인가.

 

게다가 여계산 소유주 29명 가운데 3분의1 가량이 LH(한국토지주택공사)이고 1곳이 오산시, 나머지는 개인이다.

 

시 관계자는  “자연을 훼손하지 않는 둘레길 사업이기 때문에 이해를 구하는 건 어렵지 않다”고 했지만, 굳이 관이 앞장서 행정력을 동원하는 처사도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오산지역 화장품 관련 업체는 총 10개로 가장1산업단지에 6개 회사가 입주한 상태며, 나머지 4개업체는 가장2산업단지에 현재 입주 중이다.

 

물론 아모레퍼시픽이 가장 규모가 크긴 하지만 그렇다고 특정기업체 명칭을 붙여  ‘아모레퍼시픽 둘레길’로 명명하는데 과연 어떤 시민들이 쉽게 납득할 수 있을까.

 

‘뷰티’를 도시브랜드로 정착시키기 위해 이미 오산은 매년 뷰티축제에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2011년 첫 뷰티축제에 1억5천만원, 2012년 2억5천만원이 사용됐다.

 

“시 당국의 지나친 행정편의적 발상이 아니냐”는 질문에 (주)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둘레길 사업은 경제적 가치는 없지만 기업의 사회공헌 측면에서 진행하는 것이며, 기업이 기부해 시민들이 걸을 수 있으면 좋은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곽상욱 시장은   “기업이 참여하는 자연활용 기부는 값진 것이며 기업과 상생면모를 보여주는 자리이므로 협약식을 통해 약속한 역할수행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아모레퍼시픽 둘레길’사업은 심상배 (주)아모레퍼시픽 대표이사가 2012년 11월21일 오산시를 방문한 김문수 경기도지사에게 제안(건의)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그러나 이 대목에서 간과해서는 안될 지자체 장의 결단력이 필요해 보인다.

 

아무리 상위기관장이 건의사항을 수락했어도, 지역실정에 맞지 않다고 판단된다면 심사숙고하고 시민들에게 의견을 수렴했어야 옳을 것이다.

 

이치가 이런데 곽 시장은 환영했다.

 

오산은 오산천, 뷰티축제, 둘레길 조성 말고도 손가야 할 일이 수두룩하다.

 

매일 새벽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찬바람이 불어도 폐지줍기로 생계를 잇는 고단한 사람들이 그러하고,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하루에 한 끼라도 먹으려 지역아동센터를 찾아 드는 아이들 또한 그러하다.

 

진심으로 시민들을 보듬고 감싸 안아야 할 정의로운 복지행정이 무엇인지 머리를 싸매고 고민해 봐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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