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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산인터넷뉴스】이종철 대한민국 오지연구소 소장이 소개하는 오지마을 여행 두 번째 코너.

 

바다를 옆에 두고 계곡들 사이에 아기자기하게 위치한 복동아리 마을.

 

이종철 소장이 찾아낸  ‘금지옥엽’ 같은 마을로 떠나보자.

 

<복숭아꽃 흩날리는 계곡 - 복동아리 마을>

 

강원도 삼척시 가곡면 동활리 186 춤바위골 계곡.

 

기나긴 동활계곡과 덕풍계곡을 배후에 안고 시골 아낙같이 수줍게 산속에 들어선 곳이 복동아리 마을이다.

 

▲ 마을 입구에 위치한 소원 의자

 

이 곳은 태백과 봉화를 수없이 누비던 가운데 우연히 찾아 낸 오지로 흡사 자식이 없던 차에 어여쁜 양자를 입적시킨 것 같은 필자의 애착이 한껏 머금은 금지옥엽 마을이다.

 

그야말로 복동이가 굴러 들어왔다.

 

삼척 가곡면은 동활계곡이 덕풍계곡과 만나 폭포와 아름다운 소를 수없이 창조해 나가다 동해로 빠지는 절경의 계곡이다.

 

▲ 마을 주변 풍광

 

이 계곡 중앙부에 보일 듯 말 듯 신선봉에 숨어 있는 마을이 복동아리 마을이다.

 

마을 입구는 친근감 있게 잘 정리된 모습이 여느 마을과 색다르다.

 

마을 입구에 상세한 안내도가 걸려 현황을 가늠해 볼 수 있다.

 

▲ 마을 안내도

 

정성스레 쌓은 돌탑 옆에 소원의자를 설치해 이 곳에 앉아 소원을 빌고, 현관으로 통하는 소원문을 지나면 마을어귀에 들어서면서 소원이 풀린다고 한다.

 

▲ 지나면 소원이 이뤄진다는 소원문.

 

마을 이름은 애초 복숭아가 많아 도화리로 불리다 일제강점기때 동활리로 바뀌었다.

 

이어 뒤편의 복두산(978m·복의 머리라는 뜻) 아래 신선봉이 복을 둘러 쌓아 준다고 해서 복동아리 마을이라 부르게 됐다.

 

원래 개복숭아가 많았으나 태풍 매미로 상당수 유실됐다.

 

그래도 아직 이곳은 복숭아 나무가 지천으로 널려있다.

 

▲ 마을에 피어난 야생화

 

마을 특산물 하나로 개복숭아는 예전에 엑기스를 내어 기침, 천식에 효용이 있는 약재로 썼다.

 

또 익어서는 설탕에 절여 술과 절임으로 사용하는 이 마을의 전통적인 천연의 건강식품이다.

 

현재 주민들의 주소득은 산나물, 드릅, 고사리, 취, 송이버섯, 고추, 채소 등이며 최근 다래영농 시범단이 조성됐다.

 

다래밭에 곰취나물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다.

 

▲ 참나리꽃

 

봄에 채집한 나물은 건조시켜 활용하고 나머지는 여름과 가을까지 키운 뒤 늦가을에 작물의 거름으로 쓴다니 정말 좋은 유기농법이라 하겠다.

 

특히 이 과정에서 무성한 곰취가 밭에서 자라는 잡초를 억제, 풀 한 포기 나지 않게 한다니 곰취 하나로 일석삼조의 영농효과를 톡톡히 보는 셈이다.

 

실제로 무성한 곰취바닥은 풀 한포기 없이 다래와 취가 잘 자라고 있었다.

 

장장 9km에 달하는 좁고 깊은 계곡은 굽이마다 소(沼)를 만들고, 태고에 떠내려 온 듯한 커다란 바위는 아예 한 곳에 터를 잡고 동산을 만들었다.

 

▲ 명주소 팻말

 

소마다 크고 작은 폭포가 힘찬 물소리를 자랑하고 물 속에는 치리, 피라미, 산천어가 떼지어 군무하고 있다.

 

특히 명주소는 물길이 명주실 한 타래를 풀어 놓은 것 같다 하여 붙여진 이름답게 비단결 같은 물결과 운치가 눈을 매혹 시키고도 남았다.

 

▲ 명주소의 맑은 물. 물고기도 지천이다.

 

길가의 야생화는 저마다의 자태를 자랑하는데, 어찌나 색이 예쁜지 흡사 물속에 피어난 것 같았다.

 

식물도 이 곳에서 복을 받아 이리도 아름답다는 생각에 잠길때 떼죽나무에 모여든 호랑나비떼는 필자를 놀라게 만들었다.

 

▲ 환상적 군무 선보이는 나비떼

 

떼죽에만 모여 한가한 날개짓을 하는 호랑나비가 무려 3~40마리씩 군무하는 걸 일찌기 본 적이 없거니와 손으로 만지려 해도 도망가지 않으니 바로 여기가 무릉도원이요, 요정의 마을이 아닐까 싶다.

 

▲ 떼죽나무에 내려 앉은 나비들.

 

마을에서 만든 야생초 밭은 동네의 모든 야생초와 산야초가 자연스럽게 자라 생태학습장으로 제격이다.

 

40대 젊은 이장 윤정열씨는 축제를 하루 앞둔 바쁜 여정이지만 필자에게 마을의 이모저모를 정성스레 풀어내 줬다.

 

▲ 윤정열 이장(왼쪽)과 이종철 소장

 

그 열정이 가히 자랑스러울 정도였다.

 

올해로 4회째 열리는 축제는 50세대 부락민 전체가 자원봉사하는 시골마을의 순박한 축제로  ‘복동아리마을 산골 동심축제’ 로 불린다.

 

숲 속의 옛맛이라는 테마로 개최하며 복동아리 잡곡주먹밥, 감자옹심이, 대나무삼겹살구이가 주메뉴로 제공되고 계곡송어잡이, 동심놀이, 고무신 멀리차기, 새총게임, 대나무활쏘기, 곤충만들기, 산초비누 만들기 등 마을만의 특화된 프로그램이 선보이다.

 

자연과 벗하는 일정 및 주제가 여느 축제 보다 신선하고 돋보인다.

 

이 행사로 마을 주민들의 단합과 자긍심을 고취하고 마을을 널리 홍보하면서 찰옥수수, 산나물, 마늘, 칡녹말가루, 칡엑기스, 뽕잎고추장, 건조칡 등을 판매한다.

 

이토록 광범위한 마을 축제가 작은 오지마을에서 매년 300명 이상이 찾아와 열린다니 이들의 노고는 물론 연구와 집념이 얼마나 대단한지 짐작케 한다.

 

계속되는 비로 오지마을 탐방이 누적돼 다음날 축제일에 꼭 간다는 이장님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해 지면을 빌어 아쉬움과 죄송함을 전한다.

 

특히 이 마을은 우수마을 활동 상금과 기금을 운용하면서 자연캠핑장을 건설중이고, 계곡 상단에 위치한 누옥을 전통 목조가옥으로 바꾸는 등 주변정리가 한창이다.

 

▲ 마을 주막 전경

 

또 이 곳에서 옛날 주막거리를 재현해 마을의 테마중심 주택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에 필자는 어디서 그런 영감을 얻었는지 경외할 따름이었다.

 

깨끗하면서 전통을 살려 재현된 주막을 보고 이렇게 아름답고 자연스런 가옥을 본 적이 없는 경탄에 무려 30분을 그 곳에 누워도 보며 살피는데 시간가는 줄 몰랐다.

 

▲ 다리 위에 마련된 행사장.

 

너른 마당과 옛것이 골고루 갖춰진 이 곳은 누가 온다 해도 매력에 빠지지 않고는 배겨나지 못할 것 이라는 생각을 하며 역시 복이있는 마을임을 상기해 본다.

 

이장이 20년 전 심어 지금까지 자란다는 마을의 가장 큰 오동나무 정자 아래에서 취재를 하며 갓 따온 못생긴 개복숭아를 한입 깨무는 순간 씨 주변에 온통 벌레자국이 선명하다.

 

어렸을 적 부모님이 따다주신 뒤뜰의 복숭아요, 그 맛이 세상에서 가장  향기롭고 먹을만한 것이었다.

 

역시 환상적인 맛이다.

 

그래서 옛날 어른들이 복숭아는 깜깜한 밤에 먹어야 제맛이 난다고 하셨나 보다.

 

벌레가 맛좋은 복숭아만 먹으니 벌레까지 모르고 먹어야 맛이 좋고 약이 된다는 의미다.

 

이장님 말에 따르면 2평 남짓한 소원동굴은 돌 가운데로 샘이 솟고, 그 물을 정화수로 쓰면서 소원을 빈단다.

 

신선봉이 여인네의 가슴처럼 생기고 복두산의 복머리가 마을의 모든 길흉화복을 거느리며 만복을 준다는 복동아리마을.

 

말 그대로 모든 마을 사람들이 복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 마을 냇가 바위

 

다음 기회에 다시 찾겠다고 약속하며 예의 소원문을 나서면서 나름 내 소원을 조용히 빌어보는 순간 입구에 쌓인 낮은 돌탑이 무언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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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3-04-19 15: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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