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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 간호사가 ‘전문인’인 이유 - 최인혜 오산시의회 의원(민주당),국제관계학박사
  • 기사등록 2013-07-24 18:2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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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산인터넷뉴스】<기고> 최인혜 오산시의회 의원 = 「방문 간호사가 ‘전문인’인 이유」

 

필자는 요즘 오산시 보건소에 소속돼 있는 방문간호사들을 따라 그들이 돌보는 기초수급자, 홀몸어르신들을 돌아보고 있다.

 

2년 전 청학동과 양산동에 우유배달을 했던 딸을 도운 적이 있다.

 

그 때  ‘오산 구석구석을 돌며 평생을 오산에 살면서도 이렇게 소외된 곳이 있구나’하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이를 계기로 공동주택보조금에 관심을 갖게 된 터라 방문간호사들의 일터도 돌아보고 싶었다.

 

방문간호사들이 방문하는 곳은  ‘주간 의원일정’에서 보는 방문 장소와는 많이 다르다.

 

그런 집을 찾아 다니는 것 조차도 참으로 힘들어 보인다.

 

꾸불꾸불 시골길을 걸어 들어 가면 방문간호사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어르신들!

 

어르신들은 열악하기 그지없는 환경에 거주하고 있다.

 

집안에 들어서면 습기가 가득찬 방에 깔아 놓은 요는 축축하고 곰팡내가 진동한다.

 

화장실이 대문밖에 있어 방안에 요강이 있는 경우는 흔하다.

 

먹을 것 많은 세상에 밥을 물에 말아 간장과 고추장으로 끼니를 때우는 노인들도 있다.

 

어르신들은 간호사들이 딸같다며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미주알고주알 늘어놓으시고, 간호사들은 그 얘기를 다 들어 주며 혈당과 혈압을 체크하면서 마음을 어루만져 준다.

 

어르신들은 평범한 얘기를 하다가도 자주 눈물을 흘린다.

 

삶의 애환이 그대로 묻어 나오는 광경이다.

 

말도 못하고 듣지도 못하는 어르신들도 계신데 그들과 소통하는 모습은 매우 신기하다.

 

오랫동안 쌓아 온 관계가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리라.

 

그들은 마음을 치료하는 힐링 전도사다.

 

만삭의 결혼이민자 건강을 보살피고, 젖이 잘 나오는 맛사지와 산전체조도 가르쳐 준다.

 

다문화센터가 할 일도 함께 하는 것이다.

 

길도 없는 밭고랑을 걸어 콘테이너 박스가 나타나면 더워서 팬티 한 장만 걸치고 자는 지적장애인이 기다리고 있기도 하다.

 

가녀린 여성간호사가 혼자있는 남성 대상자들을 상대로 일을 한다는 건 이들 또한 복지사각지대에 있다는 의미다.

 

무슨 일이라도 일어나면 어떡하나 몹시 걱정이 된다.

 

간호사들은 한결같이 예쁘고 친절한 딸 같고, 어르신들은 꼭 그들의 부모님 같다.

 

딸이 온다고 속옷만 걸치고 있다가 처음 보는 시의원이란 사람이 나타나니 화들짝 놀라며 옷을 챙겨입으시는 모습이란...

 

친정에 온 딸이 돌아가려고 하면 벌써 가냐고 무척 섭섭해 하신다.

 

집에 돌아가는 딸에게 콩이며 토마토며 당신들이 키운 작물을 바리바리 싸주는 것까지 꼭 친정엄마같다.

 

‘내 집을 찾아주는 사람은 유일하게 이 간호사뿐’이라고 말씀하시는 어르신의 눈에 이슬이 맺힌다.

 

어르신들은 대부분 시에서 달마다 주는 노령연금에 매우 감사해 한다.

 

그들은 다만 자기들을 보살피는 간호사가 자주 바뀔까 걱정이다.

 

어르신들은 대부분 우리의 편견과는 달리 올바른 생각을 가지고 있고 말씀도 똑똑하게 하신다.

 

왕년에 잘 살았다가 자식들 때문에 가세가 기운 경우도 많다.

 

그들의 정신이 이렇게 명징하다는 것은 삶이 더욱 어려운 이유가 될 것이다.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들에게 돌봐주는 사람이 바뀌면 자신의 아픈 역사와 혼자 살고 있는 이유를 또 반복해서 남에게 거론하기 싫은 것이다.

 

거기엔 흉보기 싫은 자식들 얘기도 있지 않겠는가?

 

전문가란 무엇인가?

 

의대를 나와서 1~2분만의 진료로 병명을 알아내는 이도 전문가이지만, 이들의 삶의 애환을 꿰뜷고 병력도 잘 알고 있는 이, 마음을 알아주는 이, 그래서 치료예방도 더 쉽게 만들어 궁극적으로 의료비도 절약시키는 사람이 전문가가 아닐까?

 

 자신들도 어려운 처지이지만 더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적은 급여도 마다치 않고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는 방문간호사, 그들은 전문가다.

 

기초수급자, 홀몸어르신들뿐만이 아니라 그들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 (social safety net)을 제대로 드리워주는 것이 선진사회 복지국가로 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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