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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산인터넷뉴스】<이종철의 오지탐험> 물레방아 마을

 

제5편-강원도 삼척시와 정선군 ‘한소리, 백전리’

 

강원도 삼척시 하장면과 정선군 동면 백전리가 이웃한 이 마을은 행정구역상 군(郡)은 다르지만 어찌 보면 한 마을이다.

 

▲ 이 계곡을 좌우로 한소리와 백전리로 나뉜다.

 

과거 시골동네 동력의 원천인 물레방아가 경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두 마을이 모여 방아에 곡식과 고추 등을 찧으며 공유했다.

 

우리나라에서 원형이 잘 보전된 물레방아는 100년 전 지어졌다는데, 크기로 보아 꽤나 큼직한 물레방아다.

 

이 물레방아 원천은 용소라는 곳인데 직경 3~40cm 밖에 안되는 용소에서 검푸른 물이 영험스럽게 샘솟는 현상은 신비함을 자아낸다.

 

▲ 두 마을 사람들을 이어줬던 물레방아.

 

주변의 한강발원지 검룡소의 용소와 비교하면 아마도 작은 집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물레방아는 벽면을 나무판자로 두르고 지붕은 이 지방에서 쉽게 구하는 대마줄기를 엮어 놓은 뒤 가로나무로 지탱한 폼이 꽤나 정갈스럽다.

 

지금도 우렁차게 방아를 찧는 듯한 위용을 자랑하며 역사를 증명이나 하듯 의연한 자태는 이 곳의 풍요와 인심을 엿보는 바로미터다.

 

내부에 항아리만한 방아는 커다란 공이가 옛날 두 마을의 방앗간 역할을 든든히 했음을 짐작케 한다.

 

▲ 대마 줄기로 지붕을 엮은 물레방앗간.

 

금방이라도 시골 아낙이 문을 열고 들어 와 어렵게 수확한 곡식을 쏟아 넣을 것 같은 현장감이 나를 이 마을 주민으로 만드는 곳이다.

 

한소리와 백전리의 모든 정경이 머릿속에 파노라마로 출렁인다.

 

이 곳은 마을 이름의 유래부터 친근하게 만들어 졌다.

 

‘한소’는  ‘마을을 한 바퀴 돌고나면 땀이 난다’는 뜻이다.

 

‘백전’은  ‘잣나무 밭에 불을 질러 화전을 일궜다’는 의미다.

 

이 둘의 상생필연이 만들어 낸 고유의 이름이 아닐까 한다.

 

▲ 물레방아의 원천 계곡물이 힘차다.

 

마을 어귀 입구의 차도와 구불구불 이어지는 계곡 옆의 좁은 마을안길은 주인 없는 매실나무가 유난히 많다.

 

7월말 한여름 지금도 노랗게 익은 매실이 탐스럽게 매달려 있지만, 동네 주민들은 수확기에도 매실을 따지 않는다.

 

곰취와 약초, 산나물 채집에 일손이 미치지 않아 일년 내내 방치하고 한여름 지금도 미처 수확치 못한 곰취가 산허리 밭에 마음껏 자라고 있다.

 

▲ 씨앗 여무는 곰취 뒤편으로 향기로운 더덕이 자라고 있다.

 

자갈이 반쯤 섞인 밭에서 가을 얼갈이 배추모종을 이식하는 할머니는 겨울을 제외한 일년내내 밭과 산에서 씨름하느라 허리마저 활대같이 휘어지시고 땅에서 일하는 시간이 하루의 거의 전부라 이방인이 곁에 와도 둘러볼 시간이 없으시단다.

 

“내년 봄 연락하고 와”, “곰취 실컷 따가고 알아서 용돈 조금 주면 돼”, “따서 팔면 돈이 되는데 그럴 시간이 없어.”

 

할머니들의 말씀마저 정겹다.

 

곰취와 더덕밭 사이에서 하이얀 베장이를 입고 얼굴을 햇빛에 꼭꼭 숨긴 채 일하시는 할머니를 바라보면 흡사 새떼를 쫓는 허수아비 모습에 나도 모를 웃음이 피어난다.

 

할아버지가 와병 중이라 병원에 입원 해드리고 혼자서 드넓은 밭을 일구시는 할머니는 하시는 일이 아무리 힘들어도 할아버지가 옛날같이 완쾌돼 집에서 지켜만 봐줘도 여한이 없으시단다.

 

할머니의 집 뒤편에는 야생으로 자라는 더덕밭이 운동장 크기의 몇 배나 되는가 싶게 자리잡고 있다.

 

더덕밭이 할머니의 가장 중요한 농사라며 매일매일을 거르지 않는 지극정성을 쏟아 부으신다.

 

“한 뿌리도 내 것이 아니여”, “5년만 돌보면 큰 농사가 끝나지”, “한관에 6만 원이니께 전부 얼맨지 몰라”

 

1년생 당시 도매로 팔아넘겨 이제 1년만 있으면 거금이 할머니손에 들어온다.

 

필자라도 매일밤 총액 계산을 헤아려보는 재미와 행복으로 잠이 들 것 같다.

 

진한 더덕향이 온몸을 감싸고 새로이 피어나는 새순은 맑은 연두색이 어찌도 그리 고운지 갓 태어난 영아같아 보인다.

 

▲ 물레방아를 쉬게 하려 물길을 옆으로 냈다.

 

5년이면 밭뙤기로 넘겨 줘 짭짤한 수입이 되고 그냥 놔두면 지들이 알아서 펴져나간다니 얼마나 고마운 자연의 베품일까 싶다.

 

더욱이 더덕밭 아래는 싱그러운 곰취가 높은 키를 자랑하며 하늘거리는 이 중간에 서있는 것 만으로도 세상에서 제일 좋은 웰빙의 중심에 서있는 듯하다.

 

그 만족감에 코를 통해 심폐막까지 곱고 진항향이 태초의 향기로 나의 온 몸을 자극한다.

 

▲ 물레방아 뒤편 낙차소에 수십년 된 이끼가 자생하고 있다.

 

말초신경까지 영감을 일깨우는 천상천하 최고의 대자연 속에 안기는 현실은 더 머물 곳이 없다는 무릉도원을 안은 듯한 착각이 날 정도로 고요하고 아름다운 곳이다.

 

지상 최대의 무릉도원이 아닐 수 없다.

 

과거 방아 찧는 철은 두 동네 전 가구가 모여 큰 행사를 하듯 하루종일 방아가 돌아가고 주변은 파시가 열릴 정도로 잔치마당이었단다.

 

지금은 옛날을 묻어 둔 채 조용히 쉬고 있는 물레방아에 고요히 묻혀있는 이 마을은 곰취, 채소, 더덕, 매실, 민들레 고들빼기가 지천으로 자라고 있는 천혜의 오지마을이다.

 

또한 시·군이 다른 두 마을이 물레방아를 같이 쓰는 바람에 친척이 있는 이웃의 세거지나 다름없단다.

 

물레방아 바로 앞집의 성모 아주머니는 무려 7만여 평의 밭에 각종 약초와 산나물을 재배하는 억순이로 모든 나물과 약초를 건조시켜 출하하는 이 마을의 지킴이었다.

 

겨울이면 찹쌀 한과를 제조해 판매하는 이 분은 일에 재미가 붙어 나이와 세월을 잊고 산 지가 얼마인지도 모른다니 얼마나 행복한 시골 아낙일까 싶다.

 

“일 년에 얼마나 저축하십니까?”

 

필자의 호기심 어린 질문에 “일하는 재미로 세월 보내지 쌓이는 건 신경 안 써요”라고 답하신다.

 

그야말로 우문현답이다.

 

알 듯 모를 듯한 아낙의 대답을 되새기며  ‘안녕’하는 물레방아를 지났다.

 

물레방아는 마을의 힘찬 물소리는 비온 뒤의 수량이 보태서인지 뽀얗게 피어오르는 안개의 운무가 마치 무대를 열광시키는 안개막의 효과를 발산하고 있었다.

 

러면서 오토바이의 굉음과 함께 한편의 소나타 협주곡을 연주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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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3-07-25 14:2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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