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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산인터넷뉴스】<기고> ‘공감토론’과 혁신교육

 

▲ 최인혜 오산시의회 의원·국제관계학 박사

 

도대체 이런 토론을 왜 하는가?

지난달 나는 오산시의 미래에 대해 300인 시민 원탁토론을 하겠다며 집행부가 제출한 2500만원의 예산을 삭감한 적이 있다. 그 이유는 첫째, 300인의 시민 구성이 공무원 100명, 단체장 100명, 시민 100명으로서 순수한 시민이 아니고, 둘째, 2500만원의 예산은 무선네트워크 구축에 수백만원, 테이블당 한명씩 배치하는 진행자 교육에 수백만원, 노트북 렌탈에 수백만원 등 오로지 회의의 형식을 구축하는 데만 2500만원의 예산이며 셋째, 시의 현안을 고민하는 소수의 사람들의 토론에서 결론을 도출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데 300명 시민의 의견을 들어 전광판에 쏜다니 이건 보나마나한 형식적인 회의라는 생각이었으며 넷째, 회의를 주최하는 우리 시는 아무 하는 일이 없이 어느 컨설팅회사에 용역을 주어 한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엔 교육청의 예산으로 혁신교육도시를 돌아가며 혁신교육이 가야 할 방향에 대해 똑같은 형식의 토론을 한다기에 어떤 토론인지 경험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참석했다. 3시간 참석하여 경험한 결과는 ‘혹시나’ 하고 갔으나 ‘역시나~’하고 돌아온 것이었다.

 

토론을 하기 위해 이미 설문을 받았는지 임의로 만들었는지 테이블마다 우리 혁신교육이 고쳐야 할 점, 가야 할 방향 등 이미 열 개나 열 두개의 지문을 정한 안내문이 있고 패널은 한명씩 돌아가며 지문에 맞춰 정견을 발표하는 것이다. 아예 번호표가 있어 그 열 서너개의 번호 중 하나를 선택해 눌러야만 한다. 공감토론이라더니 어느 하나의 답에 공감을 강요하는 방식이었다.

 

한 사람이 의견을 발표하면 그에 대해 동의도 하고 반박도 하는 것이 토론아닌가? 이미 판에 박아온 내용이 아니면 토론의 대상도 되지 못하고 한 사람이 말하면 ‘그럼 1번에 해당하는 거지요?’하며 테이블 진행자가 답을 정해 메인부스에 전해주는 최첨단 컴퓨터 게임이 토론인가? 실상 우리 테이블에서는 여러가지 의견이 나왔으나 그런 말은 여기서 하지 말고 주어진 틀 안에서 고르자는 의견과 그렇지 않은 견해를 가진 사람이 부딪치는 경우도 생겼다. 자유로운 견해도 표출하지 못하는 대단히 비민주적 토론방식이었다.

 

‘퍼실리테이터’라는 명칭을 가진 각 테이블의 진행자는 진행을 매끄럽게 하는 게 아니라 명칭답게 패널의 답을 기계에 입력하는 사람이었다. 그가 패널의 답을 입력하는 동안 패널들은 멍하니 앉아 있어야 했으며 노트북이 고장나자 회의가 잠시 중단되는 사태도 빚어졌다. 세 시간이나 계속되는 회의에 초등생을 앉혀 놓아 아이들은 지루해서 어쩔 줄 몰랐으니 선생님과 아이들과 학부모라는 패널구성을 맞추기 위해 무리를 한 것이다. 학생들은 책상에 엎어졌다 한숨쉬었다를 반복했다.

 

우리 13번 테이블에서는

1. 현재의 혁신교육이 예산이 없으면 진행할 수 없는 프로그램들이 주를 이루니 예산을 줌으로써 오히려 교육을 망치고 있다는 생각 2. 참여학교가 성과 있다고 홍보하나 실상은 아니라는 의견 3. 예산이 일정한 곳에 집중되어 불공평하니 검증된 프로그램을 많은 학교에 제공했으면 좋겠다는 의견 4. 행사나 업무가 많아 지금 혁신사업은 문제가 있다는 말들이 나왔으나 이런 중요한 의견은 전혀 결론으로 도출되지 못했다. 이런 생각은 주어진 지문에 없는 창의적(?)인 생각이라 들어갈 구석이 없었기 때문이다. 진짜 토론이라면 위의 내용들을 발제로 하여 제대로 논의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오히려 능수능란한 사회자는 기타 의견으로 나온 중요한 1번이 노트북에서 전송되자 ‘이런 건 제외하고요’, 하면서 바로 삭제해 버리는 혁신적인(?) 태도도 보였다. 그가 혁신교육에 대해 진정한 고민을 해 본 사람이라면 가장 중요한 내용을 무시해 버리는 경솔한 태도를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토론의 진행자는 재미를 추구하는 사람이기보다 주제에 대한 인식이 깊은 사람이어야 한다. 그래서 토론의 좌장이 중요한 게 아닌가? 토론 진행자 선정에 관한 아쉬운 부분이다.

 

과연 이것은 누구를 위한 토론이었나? 어느 초등생이 발표한, 시민참여학교에서 전통시장을 방문했으나 도대체 무얼 알려주려 하는 의도인지 끝까지 알 수 없었다는 핵심을 찌르는 내용은 반영할 곳이 없었다. 우리가 노트북이 없고 호텔라운지가 없어서 토론을 못하는가? 혁신교육이 뭔지 모르는 진행자가 없어서 못하는가? 마치 형식의 극치를 보는 것 같았다. 또한 시민들이 이 회의의 형식을 구축하기 위해서만 수천만원의 예산을 일명 컨설팅 회사에 주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는 것도 문제이다. 교육청 예산이든 오산시 예산이든 그 세금은 시민들의 돈인데 말이다.

 

교육에는 반드시 예산이 수반되지만 예산의 지원이 끊길 때 바로 멈출 수밖에 없는 교육은 혁신교육이 아니다. 교육은 마음과 정신을 가다듬는 것이고 경기도의 혁신교육모토가 ‘창의지성’이라면 그것은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것이요, 예산이 없다고 생각을 못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번 토론(?)에서는 수영교실이 가장 많이 언급되어 오산시의 대표적인 혁신프로그램같이 보였는데 수영은 질높은 과외활동이지 혁신교육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수영이야말로 예산의 지원이 끊기면 바로 불가능해지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개인의 비용으로 할 것을 오산시의 예산으로 지원해 주고 있는데도 학부모들은 모두 시간을 늘려달라고 하고 있었다. 수영이 혁신교육이라면 오산시는 그동안 초등3학년에게만 혁신교육을 실시하고 있었단 말인가? 교육도시는 내실있는 진정한 혁신을 통해 끊임없이 명성을 이어가야지 예산의 지원이 끊기는 즉시 허물어져 내린다면 문제가 있는 것 아닐까? 혁신학교 선생님들은 우리가 지향하고 있는 '혁신'의 정의를 말할 수 있는가? 만약 대답이 어렵다면 토론은 이런 본질적인 문제에 대한 치열한 논의가 되어야 하는 것이나 말을 할 수 없는 구조였다.

 

이런 형식의 극치인 원탁토론이 혁신교육도시를 돌아가며 예정되어 있다니 아직 행사를 치루지 않은 다른 도시들은 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토론은 고민하는 머리와 말할 수 있는 입이 있으면 하는 것인데 이번 토론은 머리와 입이 있어도 소용이 없는 토론이었다. 뻔히 아는 내용을 왜 돈을 내고 번호표로 찍어야 하는지 토론 세 시간 내내 허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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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3-11-18 10: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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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견(총 3 개)
  • 혁신교육2013-11-30 14:24:02

    오산의 혁신교육이 실패라는 얘기? 그런데 왜 자꾸 혁신 혁신하는지... 헉--신 고--육

  • 언론사2013-11-21 08:34:45

    같은당 시장님의 정책에 불만이 있으시면 정정당당히 싸워보세요 자꾸 언론사 이용해서 시장님 불편하게 하시는지요? 매사에 불만으로 사물을
    보면 자기자신에게도...

  • 정답2013-11-19 10:07:27

    이런 일이 반복될 듯 한데 왜 막지 못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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