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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산인터넷뉴스】김지헌 기자

 

삼성블루

 

 

박노해

 

 

오늘은 역사적인 날

글로벌 삼성 회장님이

대한민국 사법부를 접수한 날

법과 정의와 민주주의를 돈으로 사버린 날

자본권력의 힘을 온 세계에 보여준 날

 

이제 대한민국은 삼성 공화국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회장님으로부터 나온다

 

이제 삼성 로고 앞에서는

가슴에 손을 얹고 바라보라

국기에 대한 의례처럼

글로벌 삼성에 대해 경례하라

 

차갑고 푸르게 일그러진 원

그 안에 하얗게 들어박힌

삼성 앞에서는 하얘져

새하얘져

 

검은 뇌물도

검은 범죄도

하얘져

쌔하얘져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

글로벌 삼성 앞에서는

휴대폰도 컴퓨터도 TV

얇아져 더 얇아져

진실도 정의도 인간성도

 

그들은 유령처럼 드나들어

법원도 검찰도 청와대도

언론사도 정당도 대학도

마음대로 들어가 바꿔버려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버려

 

삼성전자의 처녀들은 하얀 우주복을 입고

독한 납용액과 1급 발암물질 벤젠과

날카로운 전자파와 방사선을

복숭아빛 발그란 몸으로 빨아들여

모든 것이 하얘져

핏속까지 하얘져

 

붉은 피톨도 푸른 눈물도

우리들 살아 있는 모든 것이

황유미처럼 박지연처럼

하얘져

새하얘져

 

저 차가운 삼성블루

일그러진 돈의 원 안에 들어가면

생명도 양심도 영혼도

우리들 살아 있는 미래도

하얘져

쌔하얘져

 

 

 

*시인 박노해

 

▲ 시인 박노해

 

손무덤이란 시로 이미 소개한 바 있는 시인 박노해이다. 노동절을 맞아 다시금 박 시인의 책을 꺼내들었다. 일전에 소개한 시는 그가 한참 노동 문학과 투쟁을 하던 시기의 것이고, 이번에 소개하는 삼성블루는 비교적 최근에 발표된 시집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의 수록작이다.

 

 

 

삼성은 누구나가 아는 대한민국 굴지의 대기업이다. 혹자는 삼성이 무너지면 대한민국도 무너진다고 할 정도로 우리나라 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것도 사실이다.

 

오늘날 그런 삼성을 있게 한 사업 중에 하나인 반도체 사업이 시작 된지 40.

 

2007년 우리는 안타까운 소식 하나를 접하게 된다. 당시 23살이던 황유미 양이 기흥공장 반도체 라인에서 근무 하던 중, 18개월 만에 백혈병을 얻어 사망했다는 얘기였다.

 

▲ 사진출처: 반올림 다음 까페

 

당시 삼성은 황 씨의 가족을 상대로 거액의 보상비로 합의를 유도해 황 씨의 유족과 국민의 공분을 샀다.

 

문제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과 전자·전기 계열에서 백혈병, 뇌종양, 유방암, 자궁경부암, 피부암 등을 호소한 피해자가 160여 명, 이 중 약 60명은 사망했다며 반올림이(삼성반도체 집단 백혈병 진상 규명과 노동기본권 확보를 위한 대책위원회) 삼성의 사과와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이에 삼성은 산재로 인정되지 않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여론은 피해자들 쪽으로 기울었고 피해자 황유미씨와 이숙영씨를 필두로 산재가 인정되기 시작했다.

 

 

블루는 희망을 나타내기도 하며 때론 우울함을 나타내기도 한다. 삼성으로 희망을 찾으러 간 젊은이들은, 삼성 블루에 갇혀 다시 돌아오지 못했다. 근로자의 날을 맞이하여 노동자로 사라져간 그들에게 심심한 조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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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5-04-30 14:3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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