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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어르신들의 ‘기억’엔 어디가 있나? - 문화공장오산에서 만난 ‘기억으로 다가서기’
  • 기사등록 2015-08-01 07:3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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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산인터넷뉴스하주성 기자 = 남부종합사회복지관 남부은빛 사랑채와 종합사회복지관 은빛사랑채에서 오산미술협회 및 오미회의 지도교사들의 지도로 그림을 그린 치매노인들. 사전적 의미에서의 기억이란 인상, 지각, 관념등을 불러일으키는 정신기능의 총칭이며, 사람이나 동물이 경험한 것을 특정 형태로 저장하였다가 나중에 재생 또는 재구성해서 나타나는 현상을 말한다고 했다.

 

▲ 문화공장오산에서 열리고 있는 '기억'전
 

7월의 무더위로 숨이 막힐 듯한 31일 오후. 오산시 현충로 100에 소재한 문화공장오산을 찾았다. 이곳 전시실에서 기억으로 다가서기전이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전시실에는 기억이란 주제로 미술수업을 받은 운천초 485, 오산중 354, 오산고 80명의 그림 외에, 오산미술협회와 오미회 회원들의 지도로 사회복지관내 치매노인 28명의 그림이 전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서울아산병원질환백과에는 치매를 후천적으로 기억, 언어, 판단력 등의 여러 영역의 인지 기능이 감소하여 일상생활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임상 증후군을 말한다. 치매에는 알츠하이머병이라 불리는 노인성 치매와 중풍 등으로 인해 생기는 혈관성 치매가 있으며, 이 밖에도 다양한 원인에 의한 치매가 있을 수 있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고 싶어하셨던 어르신 
 

치매어르신들의 기억 속 이야기

 

전시실 입구에 들어서면 좌측으로 부터 운천초등학교 어린이들과 오산중학교 학생들이 그림이 벽을 장식하고 있다. 하지만 내가 보고 싶었던 것은 치매를 앓고 있는 어르신들의 그림이다. 도대체 어느 기억에서 멎어있는 것일까? 벽에 붙인 도화지 속의 그림들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어르신들의 기억을 조금은 알 듯도 하다.

 

그림만 보자면 어르신들이 어떤 기억을 하고 있었는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하지만 친절하게도 지도교사들의 설명이 그림마다 붙어 있기 때문에, 그 설명을 보면 어르신들의 기억이 어디에 멈춰 있었는가를 가늠할 수 있다. 어느 그림에는 지나간 모든 기억을 떠올리고 싶어서일까? 고향, 아버지, 오빠, 언니, 냇가 들이라고 한글로 써 놓았다.

 

▲ 옛 기억 속의 낵가를 그리신 어르신

▲ 어머니와 함께 다니던 시장을 그리신 어르신

 

기억 속에서 만난 세상

 

그림 설명에 보니 그림은 예쁘게 그려야 한다며 예쁜 모습을 그리고 싶은데 마음처럼 안 된다고 계속 말씀하시는 어르신의 목소리에서 안타까움이 느껴졌다. 꽃을 그리고 싶다고 하시더니 결국 한문으로 꽃화()‘자를 쓴 후 환하게 웃으셨다.’고 했다. 아마도 꽃을 좋아하신 분은 지난 기억속의 꽃밭을 그리고 싶었던 것일까?

 

경기도 광주가 고향이라는 분은 어릴 적 살던 동네의 개울과 개울주변의 꽃과 나무들, 개울가에서 친구들과 즐겨 놀던 기억을 표현했다고 한다. 그렇게 어릴 적 기억이 있던 집이 한국전쟁으로 인해 없어졌다는 이야기도 들려주었다고 한다. 아마도 그 어르신의 기억 속에는 옛 기억속의 아름다운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었나 보다.

 

경주가 고양이라고 하시는 어르신 한 분은 돌아가신 어머니를 그리워 하셨으며, 어머니와 함께 다녔던 시장을 다시 가보고 싶다고 하셨단다. 또 어릴 작 친구들과 하던 고무줄놀이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말씀하셨단다. 그 외에도 어르신들의 기억 속에는 어릴 적 주변모습과 아름다운 꿈이 그대로 배어있었다.

 

▲ 이장을 보기도 했다는 어르신의 그림

 

▲ 용인이 고향이시라는 어르신은 마을 명칭도 기억하고 계셨다

 

서울아산병원질환백과의 설명을 보면 전반적인 뇌기능의 손상을 일으킬 수 있는 모든 질환이 치매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흔히 알고 있는 알츠하이머병은 원인 미상의 신경퇴행성 질환으로 전체의 50~60%를 차지하고, 뇌의 혈액순환장애에 의한 혈관성 치매가 20~30%를 차지한다. 나머지는 그 밖의 기타 원인에 의한 치매라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뇌기능이 손상을 일으키고, 어느 순간까지 기억하고 있던 것을 한 순간에 잊는다고 하면 그보다 힘든 일은 없을 것이다. ‘기억속에서 만난 어르신들의 그림 속에서 우리는 지난 시간이지만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만날 수가 있다. 그림을 돌아보고 난 후 쉽게 그곳을 떠날 수 없음은, 그 그림 속에 가장 아름다운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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