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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사람 대신 글을 쓴다는 김영주 시인 - 시집 ‘미안하다, 달’에서 보이는 시인의 마음
  • 기사등록 2015-09-07 16:3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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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모녀 전철 안에서 이야기꽃을 피운다

 

소리 없어 더 눈부신

상처 어르는 저 손의 말

 

꽃잎을

다 떨어트리는

숨 돌리는 손가락

 

오산인터넷뉴스하주성 기자 = “저는 장애인들이 손으로 대화를 하는 것을 수화(手話)라고 하는데, 그것을 꽃(=)으로 표현했어요. 저에게 시란 자연이, 그리고 사물이 내게 하는 싶어 하는 말을 잘 들어주고 어루만져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 운천고등학교 도서관에서 만난 김영주 시인
 

7일 오후, 오산시 운천로 193에 소재한 운천고등학교 도서실에서 만난 김영주 시인. 이 학교에서 10년 째 사서를 맡아하는 김영주 시인은 처음 보기와는 다르게 59년생이라고 한다.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글을 썼다는 시인은, 2009년도에 유심이라는 잡지를 통해 등단을 했다. 늦어도 너무 늦게 등단을 한 셈이다. 첫 시집 미안하다, 은 경기문화재단 지원금을 받아 2012년에 출간했다.

 

생활하느라 바쁘다는 핑계를 대지는 않겠다.

 

김영주 시인이 이렇게 늦게 서야 등단을 한 것은 생활을 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굳이 생활 때문이라고 핑계를 대지는 않는다. 도서관학과를 졸업하고 이리 원광대에서 7년간 근무를 하면서 많은 공부를 했다. 그리고 결혼을 하고 10년 전에 이곳 운천고등학교에 자리를 잡았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어려웠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자리를 잡았다고 한다.

 

▲ 김영주 시인의 시집 '미안하다, 달'
 

이제는 어느 학교나 도서관이 다 있어요. 그중에는 활성화가 되어있는 학교도 있고요. 저희 학교도 아침 일찍 먼 거리에서 오는 학생들이 있어 아침자습을 하기 때문에, 730분이면 문을 열어 놓아야 해요. 아이들이 이곳에서 수업을 받기도 하는데, 교장선생님께서 많은 지원을 해주시기 때문에 세워진 예신보다 더 많은 책을 구입하고는 해요.”

 

대화를 나누고 있는 동안에도 연신 학생들이 책을 놓고 나간다. 하루 종일 긴장을 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많은 일들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잠시도 자리를 비울 수 없단다. 그런 바쁜 와중에도 글은 시상이 떠오를 때마다 비공개 카페 안에 차곡차곡 쌓아놓고 있다고 한다.

 

저는 늘 준비를 해요. 막말로 누가 자리를 채우지 못하면 대타라도 할 수 있도록 말이죠. 글 부탁을 받고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글을 항상 준비해놓죠. 그런 글을 다듬어서 내보냅니다. 선생님께서 늘 준비하는 자세를 가지라고 알려주신 대로요. 그래서 3~4년 전에 적어놓은 글이라도 바로 손을 볼 수가 있죠.”

 

▲ 시집에서 소개할 시는 찾는 김영주 시인
 

난 약자의 목소리를 대신하고 있어요.

 

김영주 시인은 자신의 글은 늘 약자의 편에서 대신한다고 말한다. 글을 쓰게 된 이유도, 길에 버린 강아지를 아들이 데려왔는데 그것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는 것이다. 인간들이 아무리 말 못하는 짐승이지만 생명을 함부로 대하는 것에 대한 분노를 느꼈다고 한다. 그런 인간들의 마음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저는 흔히 이런 표현을 해요. ‘고로쇠 등골까지 빼먹는 인간이라고요. 나무도 생명이 있는데 인간들만 잘 살겠다고 고로쇠 줄기에 빨대를 꽂고 그 수액을 빼먹는 인간들을 빗댄 말이죠. 사람들은 늘 무엇인가를 빼앗으려고 하잖아요. 그래서 전 사람이나 동물이나 약자 편에서 글을 쓰죠.”

 

▲ 시조갤러리에 실린 김영주 시인의 '풀잎이 하는 말씀'
 

푸른 피 뜨겁게 도는 꽃인 줄만 알았는데

연밥 같은 꽃씨도 한 알 품고 사는줄 알았는데

 

손닿자

눈물입니다

참을 수 없는

눈물입니다

 

서리꽃이라는 김영주 시인의 시이다. 김영주 시인은 자신의 이름표를 달고 내놓는 시이기 때문에 최선을 다한다고 한다. 동시도 써보고 싶다고 하는 김영주 시인. “옛날 어린 시절로 돌아가면 그냥 동시가 나올 줄 알았는데, 그렇다고 절대 동시가 될 수 없다면서, 틀 안에서 더 자유로워지고 싶다고 한다. 갇힌 틀이 아니라, 그 틀도 자유롭게 만들고 싶다는 것이다.

 

서울문화재단에서 지원금을 받아 내년에도 두 번째 시집을 발간하겠다고 하는 김영주 시인. 한국시조시인협회, 오늘의 시조 시인회 회원이면서, 유심시조 동인이다. 지난해 발족한 ()경기민예총 문학위원회 회원이기도 하다. 길지 않은 시간에 나눈 이야기지만, 무엇인가 가슴을 짓누르고 있는 느낌이다.

 

 

▲ 업무를 보는 김영주 시인

 

해만 설핏 넘어가면

수상하다 수상해

분살 뽀얀 저 가시내

밤이슬을 밟더니만

저 혼자

배불렀다가

저 혼자

몸을 푼다.

 

달의 기울기라는 이 글 때문일까? 쉽게 풀리지 않는 김영주 시인의 글 속에서, 화두하나를 집어 들었다. 내 명패를 걸고 난 얼마나 글을 쓸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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